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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When i was younger

대학교 동아리 : 산(술)악회

by MakeIt_ 2024. 5. 26.

갑자기 페이스북을 보다가 예전 생각이 나서 쓰는 글..

사실 나는 인생의 80%가 과체중 비만으로 뚱뚱했었는데

그래서 대학교때도 그런 외형으로 인해서 친구가 많은편은 아니였다.

또 내가 그렇게까지 활발한 성격은 아니고...

 

다만, 대학교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 중 하나가 바로 동아리이다.

오죽하면 전공에는 친구가 있었지만 친한 선후배는 없었고,

동아리에서는 선후배가 많아서 그냥 사람 수로만 따지면, 동아리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동아리에 처음에 들어간 이유는

같은 전공 친구가 들어가서 나도 따라 들어간거고,,

사실 내가 들어올때 몇몇 선배님들은 나를 싫어했다..

왜냐면 내가 신입생 MT때 술주정을 ...ㅎ...(그때 정말 인생 첫 술을 먹어서...오버했다...)

아무튼, 그렇게 들어간것도 있지만 살을 빼고 싶어서 운동을 하고 싶어서 산악회에 들어갔다.

 

근데..ㅋㅋㅋ 이 동아리는 정말 산악회가 아니라 '술'악회였다.

사실 내가 지금까지 술을 꽤 먹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동아리 때문이다.

내가 정말 살면서 첫 회사에서도 술을 오지게 많이 먹었지만, 정말 자유분방하게 술을 먹은 것은 이 동아리가...정말 최고..

 

물론! 딱 이름만 듣고 보면 굉장히 건강 레저 동아리라서

사실 나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내가 산악회라고 얘기하면 놀라기도 했다.

 

아무튼, 술악회라는 명성 답게 그냥 수업 듣다가 동방에 가면 선배님들이 어느날은 버너에 냄비에 라면을 끓여놓고

하루 종일 술을 먹는 그런날도 있었고,

그거랑 상관없이 저녁때는 산악회 동방 불은 항상 켜져있었고, 들어가보면 누군가 항상 술을 마시고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때는 갑자기 맥주500CC잔에다 술을 가득 부어서 마시라고 해서 처음으로 그렇게 마시기도 했고

산악회에서 하도 술을 먹어서 토한적도 있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토한적도...ㅎㅎ;;;;;;

그만큼 참 다사다난했던 술악회였다.

그래도 그 술때문에 사람들과 때로는 진지한 얘기도 하면서 나에 대한 이미지도 바꾸는 기회도 만들어졌고

그냥 선배들과 친해지는 그 1학년 그때가 정말 좋았다.

그리고 산을 타는게 정말 싫었는데, 그냥 익숙하듯 산 타는 것도 제법 괜찮아졌고, 

그래도 서울옆이라고 산도 정말 유명한산들 갔는데

나는 청계산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사실 역곡에서 청계산역까지 엄청 지하철로 간다.

근데 뭐 서울살면 지하철로 1시간? 괜찮네? 수준으로 생각을 하게 되니까 ㅎ

그래서 대학교때 청계산을 2번? 3번? 정도 갔었다.

그리고 뭐 인왕산도 가고 도봉산도 가고 그렇게 당일치기 일일산행도 가고

정회원을 만족하기 위해서 1박2일 산행인 지리산 or 설악산 선택해서 가야했는데

 

이게 또... 참 나는 설악산을 선택했고, 처음으로 사람들과 찜질방에서 묵기도 했는데

그 설악산때 올라가면서 탈이 났다.

분명 그때 나랑 같이 탈이 난 몇명의 사람들도 있었고 결국 산을 타다가 내려왔는데

사실... 그게 탈이 난건지 정말 너무 힘들어서 올라가기 힘들어서 꾀병을 부린건지 ... 딱 중간이였다.

왜냐면 그 설악산 코스자체가 굉장히 하루만에 타는 코스라서 내가 탔던 산 중에서 제일 험학한 코스였고

(물론 설악산에 다른 코스도 있지만)

계속 계단 올라가면서 엄청 힘들었다...

그러다가 누가 토했나? 헛구역질했나? 암튼 탈이 난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나도 그 무리에 껴서 내려왔다...

그게 곧 산을 타기 시작한지 30분? 정도 된 일이였다. 

결국 그렇게 내려와서 속초에서 다같이 쉬다가 만석닭강정 먹고....

뭐... 그래서 솔직히 정회원 안될 줄 알았는데..

인정해주셨다..

나는 그때 회장 누나에게 정말 감사했다.

내가 뚱뚱한 체형이라서 찜질방 목욕탕에 들어가기 싫어했는데

그런 나를 눈치채고 조금 이따 들어오라고 배려까지 해주고 진짜 진짜 고마웠다...

 

아무튼 그렇게 정회원이 되고 내가 2014년 2학년때도 산악회 (나는 군대를 15년도에 갔으므로..) 때는

서기였나..? 매주 회의 작성? 그런거 담당하는 직책을 맡아서 굉장히 임무를 잘 수행했다.

뭐 임무라고 해봤자 회의 주도하는 것을 도와주고 

또 그때 막 싸이월드인가 네이트카페에 막 이것저것 올리고 뭐랄까..살짝 홍보역할도 했고

 

그 대학교 축제때 주점도 열었는데 내가 막 이상한 천쪼가리 옷이랑 스케치북 들고 막 산악회 주점오라고 홍보역할도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막... 이상한 약간.. 오타구 처럼 했었는데..(지금 생각해보니까..)

아무튼 별의별 기억도 만들었고 솔직히 산악회 아니였으면 대학교 축제도 즐기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러다가 후배가 생기고 후배랑 되게 친해지기도 하고 그랬다.

그때 좋아했던 후배도 있었는데 같이 야구도 보러가고 그랬고

또 거기서 알게된 친구랑 지금까지도 단톡방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물론 활동은 잘 안하지만 그래도 몇번씩 단톡방에 서로 안부정도는 묻는 수준이지만

아직까지 연락을 주고받는것 자체에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

또 이 친구들 덕분에 롯데월드도 가봤다!

심지어 내가 롯데월드를 처음가보고 엄청 빠져서! 친구꼬셔서 가기도 하고 암튼 한해에 롯데월드를 3번?2번? 갔었는데

그래서 단톡방 이름이 '롯데월드방'이다.ㅋㅋㅋ 그때 만들어지기 시작한...

 

그래서 나름 선배님들이랑 후배분들한테도 나름 신의도 받아서 뭐 술자리에 많이 껴줘서

재미있게 놀기도 하고 진짜 그때는 할게없어서 산악회에 정말 정을 쏟아부었다.

그정도로 재미있었다. 물론 정회원이 되었다고 산을 아예 안간건 아니였고...몇번 더 가기도 했고

MT도 갔었고 뭐 재미있게 보내기도 하였다.

 

또, 홍보담당자로서 그 신입생 들어오기 겨울방학때 포스터도 만들어서 학교 벽에 막 붙이기도 하고 그랬는데...

추억이 정말 아련아련하다.

 

근데 그러다가 거기 선배랑 후배랑 사귀다가 막 서로 싸우고 그래서 친했던 선배/후배 여러명이 동시에 탈퇴도 되고

되게 큰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내가 2학년 2학기 부터 사실 산악회가 조금 뭐랄까.. 위태로웠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그때까지는 들어왔던 후배가 꽤 있어서 그 기수가 산악회의 끝까지 많이 참여해줬다...

그러다가 내가 군대에 가고 다시 돌아왔을때도 솔직히 산악회밖에 없었고,

물론 후배들이 나를 어려워하는게 보이고 (왜냐면 복학생이고 머리도 짧고 그래서..)

나도 후배랑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정기총회는 물론이고 회의도 꼬박꼬박 참여하고 

어쨌든 이 소중한 산악회에 일원으로서 있고싶었다.

그런 공식적인 자리는 자주 참여는 했었지만, 후배랑 친해지지는 않아서 그냥 가끔 동방에 들러서 쉬는 사람? 정도가 되었지만 그 정도도 내가 복학을 해서 어딘가에 갈 곳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내가 군대를 1년 더 늦게 가는 바람에 복학할 때 여자들은 졸업이고 남자들도 4학년이라 학부생 친구가 없었따)

 

4학년때는 진짜 활동을 안했다. 물론 총회나 회의는 꼬박꼬박 참여는 했지만, 결국 어린애들과 거리감때문에

다가가지 않았다. 

그래도 졸업날 그 당시 회장인 후배가 졸업 축하한다고 카톡을 줬던 것 같아서 그게 고마웠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산악회는 점점 잊혀졌는데, 어느날 학교홈페이지를 보다가 산악회 이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게 참 마음이 슬펐는데, 생각해보면 2학년 대거 탈퇴 사건 이후로 또 뭔가 산이라는 키워드가 젊은 세대들한테 친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점점 신입생 수는 줄어들었고 들어와도 1명? 2명? 굉장히 존속이 위험한 수준까지 갔었다.

물론 나도 그것을 알기때문에 회의나 총회에 꼬박꼬박 참여해서 인원수라도 채워주고 싶었다.

(실제로 정기총회를 열려면 인원수 몇명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어야해서 이것도 겨우겨우 채워진 것으로 안다)

 

그 사건이 없었다면, 산악회가 계속 유지가 되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고...

그냥 슬펐다. 내 소중한 동아리가 곧 나의 대학교 전부였던 순간도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다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나때까지만 해도 산악회가 50년이 넘는 전통이 있었는데

마음이 아팠고, 또 마지막까지 어떻게든 산악회의 명맥을 이끈 나 2학년때 들어왔던 후배들이 참 고마웠다.

(거의 이후의 활동은 그 2학년때 들어온 후배밖에 없었던....ㅠ)

 

참 감사하고, 감사했던 동아리이고 정말 다사다난 했던 동아리 '산악회'

술도 많이 먹고,

또 선배들이랑 그렇게 어울리는 유일한 시간이였고,

MT도 갔었고,

내 생애 그렇게 단 기간에 여러 산을 갔다온 것도 처음이였고,

롯데월드도 가보게 되었고,

나에게 후배가 생기기도 하였고,

듣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졸업을 축하한다는 말도 전해들었고,

 

정말 대학교에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솔직히 지금 내 나이가 30대인데 이제 동아리라는 개념은 내 인생에 없을 것 같다.

 

고마웠던 시간

나도 나이가 먹었나..

뭔가 그 때를 기억하면 정말 그 시간이 너무너무 그립고 울컥한다.

 

누군가에게는 술악회라는 오명이였지만

그것마저도 행복했던

솔직히, 동방에 라면 끓여서 매번 술먹는 나름 막장? 대학생 인생도 누군가는 못 누려봤을 것이다.

(보통의 동방은 저녁때면 몰라도 낮부터 그러지 않는다...ㅋㅋ^^)

 

이 글을 쓰면서

더 내 무릎이 나빠지기 전에 언젠가 다시 한번 청계산을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그때 못해냈던 설악산을 다시 올라가는 시간이 올까? 이런 생각도 들고

지금까지 남아있는 단톡방을 어떻게든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 포함해서 3명밖에 안남았지만^^

그래서 이 포스팅을 쓰면서 다시한번 행복했다!